

건축학과의 설계실은 흔적들로 축적된다. 철망에 걸린 사진과 스케치, 밤샘 뒤 남겨진 젓가락과 빨대, 매일 지나쳤던 창틀을 모아 건축학과의 일상을 기록했다. 작품을 이루는 재료들은 모두 틈과 구멍을 품고 있다. 나에게 그 틈은 밤을 지새운 설계실에 아침의 빛이 스며들던 순간이다. 창을 관통하는 파이프는 여유롭게 사고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액체의 흐름으로 해석한 것이다. 그 흐름은 철망을 지나며 흩어지고 걸러진다. 일부는 사라지지만, 남겨진 것들은 경험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 된다. 이 작품은 마감과 여백 사이에서 형성되는 건축학도의 과정을 담고 있다.


